212화 출발
"조심해. 드루이드가 무슨 짓을
하면 때려눕혀도 돼요."
"아하하하하, 괜찮아요"
실라 씨는 여전하네.
그리고 지금 이 말은 조금 전에
드루이드씨의 어머니에게도 들었던 말이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는데도 닮았다,
얼굴이 아니라 말투가 닮았다.
점주님, 도루카씨 힘내세요.
돌가스 씨도!
"다행이네, 늦지 않았네."
"길드 마스터님, 일은 괜찮으신가요?"
"괜찮았어. 그런데 '저거'는
정말 잘 받은 거야?"
"네."
나로서는 받아줘서 고마운 정도다.
길드 마스터가 말하는 '저것'은
물약이나 마석을 말하는 것이다.
과연, 그렇게까지 가지고
다니고 싶지는 않다.
떠나기 이틀 전, 드루이드와
함께 쓰레기장에서 소라 일행의
식량을 확보했다.
그 동안 시엘은 낮잠을 즐기고,
소라와 플레임은 물약과 검,
마력이 떨어진 마석을
마음대로 먹도록 내버려 두었다.
하지만 식량을 가방 가득 채우고
두 마리 근처로 가보니
주변에 널브러져 있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파란색 물약과 빨간색 물약.
마력이 담긴 투명하고 깨끗한 마석과
처음 보는 마석이 박힌 칼.
너무도 엄청난 광경에 둘이서 굳어버렸다.
안 본 걸로 하고 싶었지만,
역시나 문제가 될 것 같아서
모든 것을 가방에 넣고
서둘러 쓰레기장에서 이동했다.
드루이드의 집에 들어선 순간,
굉장히 안심이 되었다.
무시할 수 없어 확인해보니
반짝이는 파란색 물약과 마찬가지로
반짝이는 빨간색 물약이 각각 4개씩 있었다.
8개의 병의 종류가 모두 달랐기
때문에 버려진 병을 이용한 것 같다.
쓸 수 있는 병을 버리지 마세요!
라고 말하고 싶다.
마석은 어떻게 봐도 SS나 SSS 레벨의
마석이 6개에 그 이하의 마석이 총 15개.
그리고 어째서인지 검.
게다가 레벨이 높아 보이는
마석이 장착되어 있다.
드루이드가 보기에
이쪽도 SS나 SSS인 것 같다.
그리고 검은 아마 진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라가 검을 재생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지금까지의 경험 때문인지 충격은 적었다.
드루이드 씨의 '소라와 플레임이니까'라는
말에 납득이 갔다.
둘을 보면 자랑스럽다.
아마 둘에게 악의는 없었고,
협조해 준 것 같다.
여행경비 이야기를 할 때
둘 다 나를 신경 쓰던 모습이 기억난다.
확실히 소라와 플레임이 생산한 것으로
여행 경비를 충당하면
아주 호화로운 여행이 될 것 같다.
게다가 소문이 나서
큰 곤욕을 치를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팔지도 못하고
비상시에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를 생각한 결과이기에
두 모두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기뻐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눈앞의 물건을 어떻게 해야 할지
둘이 고민하고 있을 때,
길드 마스터가 드루이드의 집으로 찾아왔다.
그래서 억지로 ...... 기부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거절당했지만,
이쪽도 필사적이었다.
역시나 모든 것을 들고 걸어가니
가방 안의 내용물이 너무 무서워서
안절부절못했다.
어떻게든 둘이서 설득해서 파란색과
빨간색 물약 각 3개씩,
마석 기부에 성공했다.
이제 안심하고 여행할 수 있게 되었다고
드루이드와 함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길드 마스터가
신경 쓸 일은 없었지만 말이다.
"돈이 필요하면 바로 연락해,
어느 정도 금액이면 도와줄 테니까.
'저것'에 대한 보답이야."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거'는 기부금이니
신경 쓰지 말아주세요."
"길드 마스터인가? 일은 괜찮아?"
드루이드 씨가 가족과의 대화가
끝났는지 이쪽으로 왔다.
가게 주인들을 보니 방금 전까지
없던 돌가스 씨의 모습까지 보인다.
가족들이 총출동해 배웅하러 온 모양이다.
"괜찮아. 그러고 보니 돌가스와
화해했다면서요?"
"아, 그래."
"그래, 다행이다."
"스승님은?"
"긴급한 토벌 의뢰가 들어왔어.
엄청나게 불평하면서 나갔어."
길드 마스터가 쓴웃음을 짓는다.
"아~ 힘내세요."
"하하하"
"자, 아이비, 이제 갈까?"
"네."
모두에게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인 후 문을 통과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문지기.
가장 오래 문지기로 근무한 분에게
여러 가지로 신세를 많이 졌구나.
그러고 보니 이름을 못 들었네.
아니, 기억이 나지 않는 건가?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쪽이야말로 마을을
지켜줘서 고마워. 조심해."
어?
어라?
문지기는 시엘에 대해 모르는 거지?
의아해하며 드루이드 씨를 바라보니,
그는 씁쓸한 웃음을 짓고 있다.
"역시 그렇군."
"오랜 세월 동안 여러 가지를
봐왔으니까요. 뭐, 증거는 없었지만요."
무슨 뜻일까?
어, 그러니까 ......?
"비밀로 해주세요."
"물론입니다."
"감사합니다."
드루이드 씨가 고개를 숙여 서둘러 고개를 숙인다.
"또 보자."
"네."
뭐였을까?
"드루이드 씨? 문지기에게 들켰나요?"
역시 궁금해서 문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물어보았다.
"그 사람은 뭐랄까, 오랜 경험 때문인지
상황을 꿰뚫어보는 능력이 대단하네."
오랜 경험.
왠지 멋지다.
"아마 아이비가 마을에 온 후부터
소문이 나기 시작한 강한 마물때문이지도
몰라.
숲에 가고 싶어 하는 아이비를 막지 않는
나와 길드 마스터의 태도.
그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런 것들 때문에 아이비와 관련된 마물이
마을을 지켰다고 생각한 것 같아."
여러 가지를 연관 지어 생각해
보면 들통이 나기 마련인가.
앞으로는 좀 더 조심해야겠다.
"그러고 보니 돌가스 씨가 오셨네요."
"아, 아이비에게 안부 인사를 전했어.
그리고 어머니가 점심으로
도시락을 하나 주셨어."
"도시락이요? 기대됩니다."
"5단 도시락이야."
5단 도시락?
도대체 몇 인분이나 되는 걸까.
"2인분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정말이지."
드루이드 씨의 표정을 보니 말과는
달리 기뻐하는 것 같다.
아직은 형제끼리라 어색하지만
다음에 만나면 괜찮을 것 같다.
주변을 살피고, 그 김에 주변을
둘러보며 사람이 없는지 확인한다.
좋아, 아무도 없군.
"드루이드 씨, 숲 안쪽으로 이동합시다"
"알겠어."
소라와 플레임, 그리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시엘.
그들과 함께 여행할 경우,
숲 속을 뚫고 나아가는 것이 안전하다.
사람들에게 들킬 확률이 줄어든다.
그래서 혼자 여행할 때와
마찬가지로 숲 속을 걷는다.
"이 정도면 괜찮을 것 같아요."
소라 일행 전용 가방을 열자 힘차게
소라와 시엘이 튀어나온다.
시엘은 단 하루 만에
뛰는 법을 완벽하게 익혔다.
나무 위에서 소리도 없이
뛰어내리는 운동신경을 가지고 있다.
쿵!
뛰어내렸지만 가방 바로 옆에 떨어지고 마는 플레임.
역시나, 아찔하다.
"괜찮아?"
플레임을 일으켜 세우고 몸에
묻은 흙을 닦아준다.
"큐르~"
아픈 기색도 없으니 괜찮을 것 같다.
"시엘,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도 괜찮아.
이제부터 하타우 마을을 향해서
숲으로 갈 테니까."
"냐옹"
시엘은 한 번 울음을 터뜨리자
옅은 빛에 싸여
원래의 아단다라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이미 몇 번이나 변화하는 모습을 보았지만,
아직 익숙하지 않다.
몸이 괜찮은지 걱정이 되는 것이다.
"몸은 괜찮아? 문제 없어?"
"냐옹"
기쁜 표정으로 얼굴을 비벼대는 걸 보니
문제 없는 모양이다.
다행이다.
'뿝뿝~'
소라가 울음소리를 내며 크게 점프해
드루이드 씨의 머리 위로 올라탄다.
"소라, 드루이드 씨가 피곤하면 내려와야해"
'뿌~'
왠지 모르게 불만스러운 목소리가 돌아왔다.
"소라, 드루이드 씨가
피곤하면 내려가는 거지?"
"뿌~!"
"좋아, 바로 내려갈까?"
"뿌뿌, 뿌뿌, 뿌뿌, 뿌뿌"
내 말에 몸을 좌우로 비틀어대는 소라.
'아니야, 아니야'라는 뜻일까?
"그럼 내려가기로 약속"
"...... 뿌뿌뿌~"
그 사이가 조금 신경 쓰이지만,
약속했으니 괜찮겠지.
"몇 번을 봐도 재미있지?"
"드루이드 씨, 소라의 응석을
너무 받아 주지 말아 주세요."
"하하하, 알겠어."
아무래도 드루이드 씨는 선 안에
사람이나 마물에 대해 너무 너그러운 것 같다
나를 대하는 태도를 봐도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든다.
너무 응석 부려서 부담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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