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8화 드루이드와 길드 마스터
-드루이드의 시점-
"이야! 이런 곳에서 만나다니,
이례적이네........"
가게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데
불현듯 등을 두들겨 맞았다.
보니 길드 마스터가 있었다.
"별거 아닌데"
"그래~? 뭔가 고민하는 것 같던데?"
...... 아, 걱정하는구나.
아마 형 돌가스가 아이비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었나 보다.
괜히 걱정이 많으니까.
"아무것도 아니야."
이틀 전 밤, 형과 아이비가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숨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모든 것을 말하고
아이비에게 판단을 맡길 생각이었다.
이야기한 결과 아이비가 떠나더라도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비에게 말하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계속 두근거렸다.
왠지 모르게 아이비에게
거절당하는 것이 너무 두려웠다.
그런 감정을 느낀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어제 결심을 하고 말을 꺼냈다.
그것이 설마 스킬의 의미를 알게 되고,
더 나아가 아이비의 비밀을
알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도 아이비가 가지고 있는
비밀이 너무 많아서 놀랐다.
소라나 시엘, 플레임에 대한 것은
비밀일 거라고는 상상할 수 있었다.
꽤 희귀한 존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마 아이비 자신이 별이 없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이야기에서 신에게 버림받은 존재
'저주받은 아이'.
설마 그런 존재가 정말 있을 줄이야.
"정말 무슨 일이야?"
"뭐야, 아직 있었어?"
아차, 생각에 빠져버렸다.
이 녀석은 야생의 직감인지
이상하게 예리한 면이 있거든.
"저기, 아이비와 무슨 일이 있었어?"
역시 아이비에 대해 물었구나.
"하하, 괜찮아."
어제의 무언가 말할 수 없는
대화?가 생각났다.
"뭐야?"
"아무것도 아니야.
아이비와는 정말 아무 문제 없어."
"그래?"
길드 마스터를 보니 고개를 살짝 갸웃거린다.
이 녀석은 내 성격을 잘 알고 있으니까.
아마 형이 아이비와 엮인 걸 알면
내가 아이비에게 내 얘기를 할 거라고
생각했겠지.
그리고 아이비와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나를 찾아왔을 거라고
생각했겠지?
'이런 곳에서 만날 줄이야'라니,
정말 황당하다.
"상상했던 대로 아이비에게
모든 걸 다 얘기했다. 그 이상은 문제없어."
내 말에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빙그레 웃음을 터뜨렸다.
그 표정이 짜증스럽다.
언제 주문했는지 술이 도착했다.
"자, 사주는 거다 ."
"위로하려고 했던 술인가?"
"하하하, 필요 없었을 것 같은데?"
"그래, 아이비는 볼일가 있다!"
길드 마스터의 말에
아이비는 미묘한 표정을 지을 것 같다.
어쨌든 '조금 아쉬운 길드 마스터'라는
평가였으니까.
"그러고 보니 아이비가
노예를 찾았다고 했었지?"
"응? ...... 아니, 들었어요.
그리고 지금은 찾고 있지 않은 것 같은데."
아마 내가 답을 내놓을 때까지는
찾지 않을 것이다.
여행인가 ...... 어떻게 하면 좋을까.
지금까지도 이 마을을 떠나려고
한 적은 있었다.
하지만 돌가스를 보면 죄책감이
생겨서 그럴 수가 없었다.
"본인에게 달렸구나."
"무슨 일이야?"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래? 하지만 찾고 있지 않나?"
길드 마스터의 조금 아쉬워하는
목소리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무슨 일이야?"
"오, 아는 사람이 노예로 전락했어.
뭐, 소개시켜 주려고 했는데."
"누구야?"
"20대 여성 모험가다."
"소개해도 안 될 것 같아.
내가 알기론 찾고 있는 건
아이비와 부자지간으로 보이는
40대 전후의 남성이야."
"아! 그랬구나."
"이봐. 아이비도 바쁘다고.
쓸데없이 시간 낭비하게 하지 마."
왜 그렇게 시비를 거는 거야.
입 삐죽삐죽 내뱉지 마라.
나이 지긋한 아빠가 하는 말인데,
귀엽지 않다는 건지, 기분 나쁘다.
"뭐가 기분 나쁘냐!"
"어라? 입에서 나왔어?"
웃기네,
마음속으로는 이렇게 말했을 텐데.
"참, 너라는 놈은"
"하하하. 음, 내가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네가 하고 싶은 걸 하면 될 것 같아."
"어?"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드루이드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돼"
"...... 여행에 초대받았어요"
세세한 것은 일절 말하지 않고,
그것만 전달한다.
"그래. 외로울 것 같네."
왠지 길드 마스터의 마음속에는
여행을 떠나는 것이 전제가 되어 있다.
"아직 갈 거라고 ......"
"그래? 진심을 솔직하게
행동으로 옮기는 건 좋은 일이야."
"어?"
"너, 여행에 초대받았다고
말했을 때 기쁜 표정을 지었잖아"
기쁜 표정?
정말?
"여러 가지 일이 있어서
계속 자신을 억누르고 왔잖아?
이제 그만 자기 길을 걸어라!"
그렇게 말하면서 술을 단숨에 들이키는 길드 마스터.
자신의 길이라니.
아이비와 비슷한 말을 하는구나.
"자, 이제 그만 돌아가야겠어.
아내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래, 여전히 사이 좋네."
"당연하지. 드루이드."
단정하게 말하는 길드 마스터의 목소리에 살짝 긴장한다.
"뭐야?"
"아이비와 함께 있는 너를 보고
있으면 안심이 된다.
아이비 앞에서 자연스럽게 웃고 있잖아."
그래?
전혀 눈치채지 못했는데.
돌아가는 길드 마스터를 배웅한다.
사준 술을 마신다.
...... 위로해준다는 술이 왜
내가 싫어하는 단맛이 나는 술인가!
괴롭힘인가?
"역시 길드 마스터답다."
손바닥으로 가볍게 뺨을 두드린다.
자연스럽게 웃고 있구나.
...... 그러고 보니 아이비 앞에서는
의식한 적이 없었네.
그래, 나는 웃을 수 있구나.
가게를 나와 집으로 향한다.
천천히 걷다 보니 조금 취한 듯
바람이 기분 좋다.
집에 거의 다다랐을 때 멈춰선다.
집 앞에 누군가 있다.
상대방도 나를 알아본 것 같다.
내 모습을 보고 손을 들었다.
"도루카 형님."
"오랜만이다. 잘 지냈어?"
"...... 아, 오늘은 뭐 하러 왔어?"
멈춰 선 나에게 형이 다가온다.
"돌가스가 미안했어."
나도 모르게 눈을 크게 뜬다.
그만큼 충격적인 말이었다.
형들은 나를 원망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 말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
"그리고, 그동안 미안했어"
...... 진짜 드루카 형님인가?
나의 놀란 표정에 형님이 살짝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또 한 번 놀랐다.
형님이 나를 향해 웃어준 것은
별을 빼앗겼다는 사실을 알기 전이다.
아주 오래 전의 일이다.
"옛날의 나는 꽤나 멍청했었지?"
씁쓸한 미소를 짓는 형의 모습에
드디어 몸에서 힘이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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