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화 숲의 피해
동굴 밖으로 나와 하늘을 올려다본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
마치 어제의 날씨가 거짓말처럼 느껴진다.
'아, 그래도 정말 대단하구나~'
비는 한밤중까지 계속 내렸고,
천둥번개도 멈추지 않았다.
몇 번이고 땅을 진동시키는 천둥소리에
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시엘이 감싸 안아주며 잠을 재워주었지만,
그 천둥소리만 참을 수 없었다.
도저히 두려움을 떨쳐버릴 수 없어
몇 번이고 잠에서 깨어나게 되었다.
"졸려"
"뿌~"
소라 역시 목소리에 힘이 없다.
시엘은 괜찮았는지 몸을 펴고 있는
모습이 여느 때와 다름없다.
든든하다.
돌산에 왔기 때문에 마을로 가는 길에서 조금 벗어났다.
오늘은 열심히 마을로 향하자.
"좋아, 가자!"
마을로 향하기 위해 돌산를 지나
숲으로 나섰지만,
눈앞에 펼쳐진 참혹한 모습에
발걸음이 멈춘다.
어제는 비와 함께 바람도 꽤 세게 불었다.
그 때문인지 가느다란 나무들이 쓰러져 있다.
"아, 이거 정말 심각하네."
쓰러진 나무들이 길을 막고 있어
하나하나 넘어가야 한다.
눈으로 보기에 꽤 많은 나무들이 쓰러져 있다.
"자, 힘내자"
여기서 꼼짝없이 발이 묶여도 방법이 없다.
발이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한 그루 한 그루 넘어간다.
'아, 이건 안 되겠구나~'
눈앞에는 쓰러진 나무들이 쌓여 있어
이제는 벽이 되어 버렸다.
이건 도저히 넘을 수 없다.
포기하고 쓰러진 나무를 따라 걷는다.
꽤 많은 양의 나무가 쌓여 있어서
꽤 먼 거리를 걸어야 했다.
"피곤해~ 조금 쉬자"
쓰러진 나무에 앉아 물을 마신다.
소라를 보니 약간 휘청거리고 있다.
잠을 못 자서 견디고 있는 것 같다.
"소라, 가방으로 돌아갈까?"
"뿌우~"
응?
왠지 지금 조금 다른 울음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
비틀거리며 뛰어오는 소라를 안아 올리니
소라가 조금 더러워져 있다.
비로 인해 땅이 질퍽거려서 그런가 보다.
더러운 부분을 살살 닦아주자
기분 좋은 표정을 짓는다.
"휴식이야"
자, 이제 휴식도 끝났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
그르르르
일어서려는 내 앞에 시엘이 다가온다.
그리고 옆으로 누워 꼬리로 내 등을 가볍게 두드린다.
"고마워, 시엘. 하지만
이 상황이라 전보다 더 피곤할 거야, 알았지?"
"냐옹!"
괜찮다는 말을 들은 것 같다.
괜찮은 표정을 짓고 있고.
'음~ 괜찮을까?
"피곤하면 바로 멈춰야해.
절대 무리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냐옹"
"시엘, 고마워"
시엘을 꼭 껴안는다.
나도 잠을 못 자서 꽤나 한계에 다다랐다.
"냐옹"
시엘에 걸터앉아 가방의 위치를 정돈한다.
소라의 가방을 부딪히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준비됐어. 잘 부탁해."
시엘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왠지 모르게 고개를 숙여버렸다.
가끔 하는 버릇인가?
시엘이 슬그머니 움직이기 시작한다.
나무를 넘을 때는 역시나 몸이 많이 흔들리네.
지난번보다 전신 운동처럼 되어.
...... 이건 정말 힘들다.
시엘이 힘겹게 나아가고 있는데,
타는 냄새가 난다.
어쩌면 번개 때문에 불이 났을지도 모르겠다.
"시엘, 조금만 멈춰줄래?"
시엘이 위에서 주위를 둘러보지만
불길이 보이지 않는다.
불이 잘 꺼졌으면 좋겠는데.
비로 인해 나무가 축축한 상태라
불길이 치솟지는 않을 것 같은데.
"타는 냄새가 나네."
"냐옹"
시엘은 한숨을 내쉬며
다시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주위를 유심히 둘러보지만
불이 붙은 곳은 보이지 않는다.
냄새가 남아있었던 것일까?
천천히 걷고 있지만, 꽤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었다.
정말 시엘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그래도 .......
"아무리 가도 풍경의 변화가 없다"
주변을 둘러봐도 나무가
쓰러진 풍경이 계속 이어진다.
도대체 어디까지 피해를 입은 것일까.
게다가 오늘은 잠을 잘 곳이 없다.
멀쩡한 나무에도 어디선가
날아온 나뭇가지 등이 얽혀 있다.
물을 다량으로 머금은 잎사귀도 함께다.
역시 그런 곳에서는 잠을 잘 수가 없다
어떡하지.
"시엘, 고마워요. 내려갈게."
"냐"
시엘에서 내려 가볍게 몸을 움직인다.
온몸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내일은 근육통을 각오하자.
"시엘, 피곤하지 않아?"
"냐옹~"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얼굴을 손에
얼굴을 비벼댄다.
기분이 좋은지 눈을 가늘게 뜨고 있다.
귀엽다.
시엘과 한참을 놀아주다가
잠자리로 삼을 곳을 찾기 시작한다.
"나무 위는 전멸이네.
나뭇잎이 달라붙어 있어서 미끄러워."
쉴 곳을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설마 이렇게까지 피해가 광범위할 줄은 몰랐다.
내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구나.
땅을 본다.
물을 머금고 진흙탕이 되어 있다.
역시 이 위에 텐트를 칠 수 없다.
"오늘은 휴식만 해야겠다."
잠을 못 잔 몸은 힘들다.
잠시 멈춰 서서 주위를 둘러보지만
역시 쉴 만한 곳은 없다.
한숨을 쉬고 있는데
가방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소라, 좋은 아침"
잠을 자고 나니 기운이 났는지
가방에서 튀어나온다.
'뿝~'
소라는 주위를 둘러보며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어?
혹시 풍경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소라, 피해가 광범위하게 일어난 것 같아.
소라가 잠들기 시작한 곳부터
시엘이 열심히 노력해줬어."
"뿌~"
폴짝폴짝~ 하고 몇 번이나
그 자리에서 튀어 오르는 소라.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움직임이 딱 멈췄다.
그리고 잠시 후,
어느 한 방향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 잠깐 소라?"
시엘과 소라를 쫓아간다.
무언가 목적이 있는지 망설임 없이
뛰어다니며 이동하는 소라.
소라는 방향 감각이 없는데 괜찮을까?
소라를 따라가다 보니,
무언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그 목소리는 사람이 아닌 것 같다.
뭔가 동물의 울음소리 같다.
조용히 조심스럽게 다가가 본다.
조금 큰 나무 옆에 귀가 큰 동물의 모습이 있었다.
그 동물은 연신 흙을 파고 있다.
무엇을 하고 있는지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데,
문득 그 동물이 고개를 들어
나와 눈이 마주쳤다.
"앗"
그리 크지 않은 동물이다.
시엘의 모습을 보면 도망칠 거라고
생각했지만 움직이지 않는다.
경계는 하고 있지만 무언가
신경이 쓰이는지 움직이지 않는 것 같다.
"음, 괜찮아. 가까이 다가와."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해서
놀라지 않도록 가까이 다가간다.
시엘은 지금 있는 곳에서 대기하도록 했다.
가까이 다가가자 쓰러진 나무 밑에도
같은 동물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무래도 나무에 끼어
움직이지 못하는 것 같다.
상태를 살펴보니 고통스러워 보인다.
"도와주려고 흙을 파고 있었구나."
이 동물은 책에서 본 적이 있다.
아마, 음... ...... 응?
"좋아, 우선 구조부터 해야겠다.
내가 도와줄게."
이름 따위는 나중에 생각 하자!
지금은 도와줘야지.
어떻게 하면 좋을까.
흙이 꽤 많이 파헤쳐져 있다.
나무를 조금만 들어 올리면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다쳤을 가능성이 ...... 아, 소라가 있으니 괜찮겠지.
일단 나무 밑에서 빠져나올 방법을
생각해야겠다.
음, 나무를 띄우는 방법 ......
지렛대 원리를 사용할 수 있을까.
주위를 둘러본다.
딱 적당한 크기의 나무가
굴러다니고 있다.
"이 나무를 움직여 ...... 우와, 무겁다."
나무를 옮기려고 밀어보지만
움직이지 않는다.
"냐옹"
시엘의 목소리가 들린 순간,
무거웠던 나무가 움직였다.
시엘이 앞발로 나무를 굴리고 있다.
역시나.
"고마워. 음, 이쪽으로 부탁할게."
장소를 지정하면 그 장소까지
옮겨주는 시엘.
역시 믿음직스럽다.
다음은 긴 나뭇가지다.
적당한 크기의 나뭇가지가 ......
아, 오늘따라 나뭇가지가
잔뜩 널브러져 있네.
고를 게 한가득이다.
잡기 편하고 길이도 적당한
나뭇가지를 찾을 수 있었다.
그 나뭇가지를 옮긴 나무 위에 올려놓고
끝을 띄우고 싶은 나무 밑에 꽂는다.
흙을 파고 있었기 때문에
깊숙이 꽂을 수 있었다.
도와주던 동물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나무 밑에 있는 아이는 꽤나 축 처져 있다.
걱정이 되지만, 나무 밑에서 빠져나오면
소라가 알아서 잘 돌봐줄 것이다.
소라가 여기까지 인도해줬으니 말이다.
좋아! ...... 나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시엘, 미안해, 도와주세요."
흙에 꽂은 나뭇가지의 반대편 가지에 체중을 실어본다.
그래, 내 몸무게로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아차렸는지,
시엘이 조심스럽게 나뭇가지에 체중을 실었다.
그러자 쓰러져 있던 나무가 조금 떠올랐다.
불안한 표정으로 어슬렁거리던 아이가
나무가 떠올랐다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서둘러 동료를 옮겼다.
"좋아!"
'큐~'
낯선 목소리에 시선을 돌리자,
나무 아래에서 구출한 아이를
감싸 안은 소라.
그리고 당황하는 동료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뭐, 아무래도 겉모습이
먹힌 것처럼 보이니까.
"괜찮아, 치료하고 있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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