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화 강해지고 싶어요.
텐트 옆에 주워 온 평평한 돌을 둔다.
그 위에 마른 소프라 껍질을 올려놓고
주먹만 한 돌을 이용해 잘게 부순다.
소프라 껍질을 가루로 만들기 위한
간단한 작업이지만,
어린아이의 힘이라 시간이 오래 걸린다.
아침부터 시작해 정오가 지날 무렵에야
비로소 모든 껍질을 가루로 만들 수 있었다.
가져온 병에 소프라 가루를 넣고
천과 끈으로 뚜껑을 덮어 가방에 넣는다.
"지쳤다~"
팔이 뻐근하다.
오늘은 더 이상 아무것도 들고 싶지 않다.
후~, 정말로 지쳤다.
계속 힘을 주었더니 손가락 끝이 욱신거린다
그래도 끝났어.
그리고는…
소라의 포션은 내일 이 마을을
떠날 때 모으면 되겠지.
아, 말린 고기를 사야겠다.
"좋아! 말린 고기를 사러 가자!"
텐트 안으로 들어가 소라를 부르자,
소라가 폴짝폴짝 뛰며 다가온다.
높이 뛰어도 처음처럼 천장에 부딪히지 않는다.
이제 잘 조절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소라를 들어 올려 가방에 넣는다.
내일 이 마을을 떠날 예정이다.
신세를 진 오그토 대장님이나
베리벨라 부대장님에게 인사하고 싶다.
어디에 계실까?
대기 장소까지 가야 만날 수 있을까?
정육점을 향하면서
오그토 대장님과 베리벨라 부대장님을 찾는다.
그렇게 만나면 좋을 것 같지 않을까.
"어머, 어서 오렴"
"안녕하세요."
"어머, 오늘은 못 잡았어?"
"? 아, 아 오늘은 말린 고기를 사려고요,
내일 이 마을을 떠날 예정이라서요"
"
"그렇구나, 아쉽네.
해체까지 깔끔하게 해 줘서
그대로 말린 고기를 만들었거든. 고마워요."
"...... 고마워요"
기쁘다.
조금 달아오른 얼굴을 감추기 위해
말린 고기가 놓여 있는 선반으로 간다.
작은 봉지와 큰 봉지,
조금 망설이다가 큰 봉지를 집어든다.
평소에는 한 봉지이지만,
먹는 양이 조금 늘었으니 두 봉지로 하자.
"부탁드려요"
"네. 전부 해서 600달.
그리고 이건 답례로 주는 거란다."
"아, 감사합니다."
구입한 큰 봉지 옆에 작은 봉지가 놓였다.
안에는 말린 고기의 끝부분이 가득 들어 있었다.
"조심하렴. 노노시나 마물들 말이야"
"네. 감사해요."
고개를 깊이 숙이고 정육점을 나선다.
덤이 든 봉지를 톡톡
두드리며 광장으로 돌아간다.
"오, 왔구나. 아이비"
"응? … … 오그토 대장님, 안녕하세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큰 목소리로 이름을 부르는 것은
부끄럽지만, 오그토 대장님이다.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을 것이다.
"아이비, 영감님한테 들었어.
오토르와에 가는 거야?"
그렇다, 감사를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만나서 좋았어.
"네, 여러모로 신세 많이 졌어요."
고개를 깊이 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내가 제멋대로 한 거니까. … …
저기 이 마을에 그냥 사는 건 어때?."
"…이 마을은 정말 좋은 곳이에요.
하지만 신세 졌던 점술사 분이 이런 말
해줬어요
'세상을 둘러보며 시야를 넓히렴'이라고요
저는 좀 더 많을 걸 배우고 싶어요"
"그렇구나. 확실히.
나도 모험가 경험이 있으니까 잘 알아.
그런데 , 점술가"
"네. 저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준 분이에요
그 점술가가 어느 날 저에게
왕도 옆의 마을에 가보라고 했어요
그 말에 따르고 싶어요.".
"… … 그래. 신세를 진… 점술가의
소원이라면 이뤄줘야겠지"
"네. 베리벨라 부대장님께도 인사를 하고 싶은데
어디에 계신지 아시나요?"
"아~, 지금은 바쁠 거야"
"?"
"일을 좀… … 으음"
응?
무엇일까… … 혹시.
"또 혼날 거예요?"
"괜찮아, 그리 복잡한 일이 아니야"
"그렇다면 오그토 대장님이…"
「부하를 육성하는 것도 내가 해야 할 일이야 "
… … 베리벨라 부대장님, 힘내세요
"그럼, 부대장님께 감사하다는
말 전해주시겠어요?"
"그래, 나한테 맡겨!"
"감사합니다"
광장으로 돌아가려는데 왜인지
노점상으로 끌려가
노노시의 꼬치구이를 3개 건네받았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오그토 대장은 돌아갔다.
아니, 도망쳤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천천히 마을을 둘러보며 광장으로 돌아왔다.
점술가에게 말하는 법과
사람을 대하는 법을 배웠다.
어떤 곳에서 정보를 수집해야 하는지,
사람의 어떤 행동이 위험한 지도 알려주었다.
어느 때 '왕도 옆 마을에 갔으면 좋겠지만
눌러앉고 싶은 곳을 발견했다면 갈 필요가 없단다'.
하지만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찾으렴,.
그리고 그 사람에게 전부 이야기하는 거야.
왜 그런지 모르겠다,
숨길 수 있다면 숨기고 싶었다.
그렇지만 "비밀은 언젠가 들통이 난단다. 그럴 때도,
네 편이 되어 함께 싸워줄 사람이 필요할 거야.
비밀은 신용을 잃는 계기가 되어 버리는 것이니까"
오그토 대장님에게 모든 것을
말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무리다.
이렇게나 나를 걱정해 주고,
믿음직한 사람이야 알고 있다.
하지만 무서워.
부모님의 그 시선이,
마을 사람들의 시선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아직 나는 아무도 믿을 수 없다.
좀 더 시간을 두고 싶다는 생각도 있지만,
들키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든다.
라토미 마을에서 도망친 마을 사람들이
있다면 언젠가 이 마을에도 올 것이다.
그때 들통이 나겠지.
...... 나약하구나, 나는.
점술가와 마지막으로 만났던 일이 생각난다.
"천천히 세상을 돌러보면, 시야를 넓히렴. 사
그리고 조금씩이라도 괜찮으니 강해지는 거야
그러면 분명 행복해질 수 있을 거란다
그렇다고 조바심을 내서는 안돼
조바심을 내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니까
다른 이와 관계를 맺을 때 조바심을 금물이야
이 세상에는 다양한 생각을 가진 이들이 있어
천천히 그것을 배워가렴
자신의 힘을 믿어보렴 "
나도 강해질 수 있을까?
…… 점술가 분을 만나고 싶어.
58화 오토르와 마을로. 대장님과 부대장님
하늘에 희미하게 아침 해가
뜰 무렵에 잠에서 깼다.
광장을 누군가가 이동하는 기척이 된다.
다행이다.
여행을 할 때의 감각이 돌아온 것 같다.
소라가 아침식사를 힘차게 먹는
모습을 보며 나무열매와 말린 고기를 먹는다.
"소라, 오늘 이 라트메 마을을 떠날 거야.
다음은 오토르와 마을이구나"
말을 건네자 소라의 몸이 들썩거린다.
식사를 마치고 차를 마시며 쉬고 있는
옆자리에서 소라는 세로로 길게 뻗는 운동을 시작했다..
이 운동도 이제 일상적인 풍경이 되었구나.
반투명한 하늘색이었던 소라는
이제 완전히 두 가지 색으로 변했다.
물방울 모양의 아래 부분이 하늘색,
위 부분이 빨간색이다.
반투명해서 예쁘지만, 왜 색이 변했는지,
정말 괜찮은지는 불분명하다.
.
운동이 끝났는지, 나를 보고 뛰고 있다.
귀엽다.
"후~ 자, 가볼까?"
여행 준비는 이미 끝났다.
이제 텐트를 치우는 일만 남았다.
소라를 가방에 넣고 텐트에서 나온다.
텐트를 정리하고, 배낭을 메고
그 외의 가방을 각각 어깨에 메고 일어선다.
준비 완료.
광장의 관리를 하고 있는 사람에게
가볍게 머리를 숙인다.
내린다.
"가는 거니?"
"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조심하고 좋은 여행이 되기를"
한 번 더 깊이 고개를 숙인 후,
마을의 문으로 걸어간다.
문이 보이자,
베리벨라 부대장님이 문에 기대어 있다.
오늘 문지기은 베리벨라 부대장님일까?
"안녕. 아이비"
"안녕하세요"
전언은 전해 주었지만,
직접 만나서 인사하고 싶었기에 반갑다.
"베리벨라 부대장님
그동안 신세를 많이 졌어요."
고개를 깊게 숙인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것이 기분 좋다.
"신경 쓰지 마렴,
대장의 피해자 동지잖아"
"저기 어제 일은 괜찮으셨어요?"
"아~, 하하하 대장은 사무 업무를
질색하거든 사람이니까~. 무슨 말 없었어"
"… … 부하를 육성하는 것도 저기,,"
말하지 않는 것이 좋았을지도.
베리벨라 부대장님의 미소에 왠지
모르게 차가운 것이...... 무섭다!
"호오~ 육성이라~. 그래"
오그토 대장님 미안해요.
왠지, 정말 미안해요.
"엣,…"
"아, 미안해. 신경 쓰지 마..
그것보다 조심하렴,
숲에는 위험한 동물과 마물,
그리고, 사람도 있거든."
"네"
"다음 목적지인 오토르와 마을에는,
위험한 유괴 조직이 있단다.
단속을 강화했다고 들었지만,
조직 전원을 체포했다는
정보는 아직 들어오지 않었어.
위화감을 느껴지는 녀석에게는
절대로 다가가지 마"
"조심할게요"
"아, 그럼 언젠가 또 이 마을에 돌아오렴.
기다리고 있을 테니"
"네 이 마을 엔젠가 꼭 다시 찾을게요"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마을을 떠난다.
길을 걸으면서 조금 울 것 같았다.
"언젠가 또"
다시 만나고 싶다는 말이
이렇게 기쁜 일인지 처음 알았다.
말투는 약간 난폭하지만 상냥한 베리벨라 부대장님,
툭하면 폭주하지만 믿음직한 오그토 대장님.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구나.
언젠가 이 마을로 돌아오고 싶다.
"언젠가 다시"
…………
-대장님과 부대장님-
바삭바삭.
눈앞의 책상에 놓인 종이 뭉치.
안 좋은 예감이 드는데~.
살짝 시선을 옆으로 향하면,
아~웃는 얼굴인데도 불구하고,
엄청난 한기가 느껴진다.
"벨리베라, 저기.. 으음 이게 뭐야?"
"대장님이 요즘
왕~~창 쌍아두신 일거리입니다"
"하하하. 맞다, 순찰이"
"하하하, 안심해하십시오.
온종일 여기서 일할 수 있도록 변경해 뒀으니까」
"... 하하하"
"아, 맞다.
저도 오늘은 온종일 여기서 일할 예정입니다"
"…………………그래"
진심이야, 이 눈빛은 진심이야.
그러고 보니 요즘, 서류 업무를
거의 안 했었지
힐끗 시선을 서류 뭉치을 바라본다.
"어디 한번 해볼까"
"네 당연히 그러셔야죠"
"예"
서류에 손을 뻗는다.
아~ 일일이 읽는 게 귀찮다.
정말, 서류 업무는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
"아, 이거"
"왜 그러죠?"
베리벨라에게 서류 한 뭉치를 내민다.
손에 들고 내용을 확인한다.
다음 순간, 눈썹 사이에
깊은 주름이 생긴 것을 스스로도 알 수 있었다.
그 서류는 라토미 마을이 모험가 길드에
보낸 의뢰서 사본이다.
내용은 마을의 재산을 훔쳐간
마을 사람을 찾아달라는 내용이다.
세 번째 장에는 성별과 이름이 적혀 있다.
"라토미 마을의 촌장은 머리가 나쁜걸"
"네, 이미 두 길드는 라토미 마을의 상황을
파악 있습니다. 이런 것은 의미가 없죠"
행상인들의 정보는 생계가
걸려 있어 매우 정확하고 빠르다
상업길드도 정보를 중요시하다 보니
행상인들의 소문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그 결과 라토미 마을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는 이미 알려져 있다.
상업 길드는 라토미 마을을 운영하는
촌장과 영주에 대해 신용도를 나타내는
평가 랭크를 가장 낮은 1로 지정했어
평가 랭크란 즉 신용도다.
낮다는 것은 제대로 된
거래를 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평가가 낮은 촌장이 있는 마을과는
누구도 거래를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 이런 의뢰를 모험가 길드에 내놓다니.
자신의 목을 조르는 일이라는 것을 왜 모를까?
모험자 길드에도 마을의 정보는 이미 다 알려져 있다.
그 때문에 이 서류의 첫 페이지의 공란에
길드의 추가 기재 사항에는
이하의 마을사람들의 재산을 보호한다.
마을이 아니라 도망친 사람들의 재산을 지킨다.
즉, 모험자 길드도 상업 길드도
이 건에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바보구나"
"바보네요"
이 망라된 명부 안에 아이비란이름은 없다.
하지만 신경 쓰이는 소녀의 이름이 있지
다른 이들은 가족과 함께 도망쳤지만
이 소녀만은 혼자다
아마도 베리벨라도 깨달을 것이다
"그 애에게는 뭔가 비밀이 있어. 성별과는 다른 뭔가가"
"아마. 그게 바로 마을에 머물지 못한 원인이 아닐까요?"
"하아~, 신용을 얻디 못 한 건가, 나는"
"..... 라토미 마을에서의 일이 그 정도로
깊은 상처가 된 거겠죠.
언젠가 이야기해 줄 겁니다, 틀림없이요."
"그랴. 뭐 느긋하게 기다리도록 할까. 만났지?"
"네, 예의 정보도 전해주고 싶었으니까요」
"그것보다 너, 어떤 구실로 당번을 바꾼 거야?!"
"왜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무서웠다고 떨고 있었어."
"너무하군요, 웃으면서 정중하게 부탁했을 뿐인데 말이죠"
"다들… … 나보다 너를 더 무서워할 걸"
"대장님, 이 방에서 나가기 싫으신가 보죠?"
"으으 알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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